우리 아이와 나눈 금융 이야기: EP1. 쿠폰의 소중한 가치
햇살 가득한 어느 봄날 아침, 나의 생일이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딸 지민이가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왔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지민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지민이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지민이의 작은 손에 들린 색색의 종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니?" 나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지민이는 자랑스럽게 종이들을 내밀었다. "엄마를 위한 특별 쿠폰이에요!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나는 감동스러운 마음으로 쿠폰들을 받아들었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설거지 해주기', '엄마 안마해주기', '방 청소하기' 등 지민이가 평소에 가끔 해주던 일들이 적혀 있었다.
"와, 정말 특별한 선물이구나. 고마워, 지민아." 나는 지민이를 꼭 안아주었다.
몇 주가 지나고, 주말 오후였다. 지민이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었고, 나는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문득 지민이가 준 쿠폰이 생각났다.
"지민아," 나는 부엌에서 소리쳤다. "잠깐 와 볼래?"
지민이가 얼굴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왜요, 엄마?"
나는 쿠폰을 꺼내 보여주었다. "이거 기억나? 내가 이 '설거지 해주기' 쿠폰을 쓰고 싶은데."
지민이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엄마, 지금요? 저 놀고 있었는데..."
나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래, 지금. 쿠폰은 언제든 쓸 수 있는 거잖아."
지민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아, 몰라요. 그냥 쿠폰 도로 가져가세요. 지금은 하기 싫어요."
나는 잠시 침묵했다.
"지민아, 앉아볼까?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나는 부엌 의자를 가리켰다.
지민이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았다.
"쿠폰이 뭔지 알아?" 내가 물었다.
지민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뭔가를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종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야. 쿠폰은 일종의 약속이기도 해."
"약속이요?" 지민이의 눈이 커졌다.
"그래. 쿠폰을 만든 사람은 그 쿠폰에 적힌 걸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그게 바로 쿠폰의 가치란다."
지민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제가 만든 쿠폰이니까 제가 지켜야 한다는 거예요?"
"맞아. 네가 이 쿠폰을 만들었을 때, 엄마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거야."
지민이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너무 하기 싫은데..."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알아. 하기 싫을 때도 있지. 하지만 이게 바로 책임이라는 거야. 우리가 뭔가를 약속하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해. 더 이야기를 해볼까?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 쿠폰의 가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리고 엄마는 너에게 실망할 것 같아."
지민이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가, 곧 결심한 듯 밝아졌다. "알겠어요, 엄마. 제가 약속했으니까 지켜야겠죠. 설거지 할게요."
나는 지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우리 딸. 그런데 잠깐, 쿠폰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까?"
지민이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네, 궁금해요!"
"쿠폰이라는 말은 원래 프랑스어에서 왔어. '쿠페'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는데, 이 말은 '자르다'라는 뜻이야."
"자르다요?" 지민이가 의아해했다.
"응. 옛날에는 채권이나 주식 같은 것들을 큰 종이에 여러 장 붙여서 발행했대. 그리고 이자를 받을 때마다 그 종이를 잘라서 가져갔어. 그 잘라낸 부분을 '쿠폰'이라고 불렀지."
지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그럼 제가 만든 쿠폰은 엄마가 서비스를 받고 나서 제게 주는 거네요?"
"맞아, 지민아. 엄마가 네 서비스를 받고 나면, 쿠폰을 네게 줄 거야. 그럼 네가 약속을 지켰다는 증거가 되는 거지."
그날 이후로, 지민이는 쿠폰을 만들 때마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망각하기 시작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쿠폰의 의미를 잊어버리곤 했다. 이는 우리의 금융 교육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했고, 앞으로 더 많은 대화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