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이의 쿠폰 이야기는 어느 봄날 문구점 앞에서 시작되었다. 그날, 지민이는 예쁜 다이어리 스티커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엄마, 저 스티커 사주세요!" 지민이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민아, 저번에 인형을 사줬잖아. 이번엔 안 돼." 내가 대답했다.
지민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제가 쿠폰을 만들어 드릴게요! 설거지 다섯 번 해드릴게요. 그러면 스티커 사주실래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동의했다. 이것이 지민이가 쿠폰을 화폐처럼 처음 사용한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민이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인형, 과자, 게임기... 그때마다 지민이는 새로운 쿠폰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설거지, 방 청소 같은 집안일이었지만, 점차 "안아주기 열 번", "사랑한다 말해주기 스무 번" 같은 쉬운 내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민이는 쿠폰에 적힌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느 날, 나는 냉장고에 가득 붙은 쿠폰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지민이가 다가와 물었다.
"엄마, 제 쿠폰으로 새 게임기를 살 수 있을까요?"
나는 지민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민아, 앉아서 이야기 좀 할까?"
지민이가 의자에 앉자 나는 말을 이어갔다. "네가 쿠폰을 너무 많이 만들면 어떻게 될까?"
지민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음... 엄마랑 아빠가 더 많은 걸 해줄 수 있어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쿠폰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각각의 쿠폰 가치가 떨어지게 돼. 이걸 경제에서는 '인플레이션'이라고 해."
지민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인플레이션이요? 그게 뭐예요?"
"인플레이션은 돈이나 물건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해. 예를 들어, 작년에 1000원으로 살 수 있던 과자를 올해는 1200원에 사야 한다면, 그건 인플레이션 때문이야. 네 쿠폰도 마찬가지야. 기억나니? 처음에는 설거지 다섯 번으로 스티커를 샀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지?"
지민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음... 이제는 설거지 열 번은 해야 스티커를 살 수 있어요."
"맞아. 왜 그렇게 됐을까?"
"제가 쿠폰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요?"
"그렇지. 네가 계속해서 새로운 쿠폰을 만들어내니까, 우리는 각각의 쿠폰 가치를 낮게 보게 된 거야. 이건 마치 어떤 나라에서 돈을 너무 많이 찍어내서 그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비슷해."
"아, 그렇구나..."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어. 네가 쿠폰에 적힌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가 많았잖아. 기억나니?"
지민이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네..."
"예를 들어, 설거지 쿠폰을 썼을 때 그릇에 기름기가 그대로 남아있었던 적도 있고, 방 청소 쿠폰을 썼을 때 장난감을 그냥 침대 밑에 밀어 넣기만 했잖아. 심지어 '안아주기' 쿠폰은 그냥 잠깐 안기만 하고 끝내기도 했고."
"죄송해요, 엄마..."
"괜찮아, 지민아. 하지만 이렇게 되면 네 쿠폰의 가치가 더 떨어지게 돼. 왜냐하면 우리가 네 쿠폰으로 받는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니까. 이건 마치 어떤 나라의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품질이 점점 나빠지는 것과 비슷해. 결국 그 나라의 돈 가치도 떨어지게 되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우리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네가 만든 쿠폰 중에서 정말 잘할 수 있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는 거야. 그리고 남은 쿠폰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는 거지. 그러면 네 쿠폰의 가치가 높아질 거야."
지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설거지랑 방 청소 쿠폰만 남길게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할게요!"
"좋아. 그리고 이제 이 쿠폰들은 정말 특별한 거라고 생각하자. 네가 열심히 해서 만든 거니까."
다음 날, 지민이는 정말 열심히 설거지를 했다. 그릇은 반짝반짝 빛이 났고, 방도 깨끗이 정리되었다.
"와, 지민아! 정말 잘했구나." 내가 기쁘게 말했다.
지민이가 뿌듯해하며 말했다. "이제 제 쿠폰으로 뭘 살 수 있을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도 너의 쿠폰을 원하게 되었고 너도 이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니까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아졌네."
남편이 거들었다. "지민아, 네가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게 맞아. 우리가 함께 네 쿠폰의 가치를 정해보자. 그리고 그 가치만큼 네가 원하는 걸 살 수 있게 해줄게."
지민이의 눈이 반짝였다. "와, 정말요?"
"그래,"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쿠폰 시스템 대신에, 일부 정해진 집안일을 하면서 용돈을 받는 걸로 해볼까?"
그렇게 지민이는 용돈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경제 교육이 시작되었다.